배고픔의 과학을 이해함으로써 행그리(Hangry)를 피하는 방법
레스토랑에 들어갔는데, 배가 너무 고픕니다. 눈살이 찌푸려지고 배에서는 꼬르륵 소리가 납니다. 허기가 느껴지면, 무엇인가를 먹지 않는 한 그러한 감정이 사라지지 않습니다. 배고픔은 반드시 충족되어야만 하는 존재이기 때문입니다. 식당 종업원은 고객의 눈빛이 메뉴에 사로잡혀 있는 것만 보고도 그러한 사실을 감지할 수 있을지 모릅니다.
그리고 본능이 우리를 사로잡을 때, 객관성, 이성 및 인내심은 팽개쳐 버리기 쉽습니다. 우리의 위장—실제로는 우리의 뇌—는 몇 가지 과정을 통해서 가능한 한 빨리 음식을 보충해야 하겠다는 기분이 들게 합니다.
따라서 배고픔의 원인은 뇌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뇌 작용의 뒷면에는 식욕을 조절하는 통제 센터가 자리하고 있습니다. 이제는 그것이 무엇인지 알아볼 시간입니다.
배고픔의 원인은 호르몬
배고픔은 갑자기 찾아오는 것만 같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감각은 우리 뇌 신경계—주로 시상하부를 자극하는 스위치로부터 시작됩니다. 시상하부에 존재하는 신경 세포는 뇌의 문지기와 같은 역할을 합니다. 이들은 우리 몸에서 배고픔의 신호를 통신 및 이해할 수 있게 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합니다.
이러한 신경 세포는 배가 고프거나 부르거나에 따라 다양한 호르몬에서 전송되는 신호를 수신하거나 차단합니다. 배고픔과 관련된 두 가지 주요 호르몬은 그렐린(ghrelin)과 렙틴(leptin)입니다. 그리고 인슐린 또한 배고픔 조절과 관련된 과정에서 어느 정도 역할을 합니다.
배 속이 비게 되면, 위장에서는 그렐린이 분비되고 뇌에 전달됩니다. 그렐린은 위장에서 뇌로 전달되는 “배고파”라는 메시지입니다. 따라서 위장에서 분비된 그렐린이 뇌의 시상하부에 도달하게 되면 우리의 식욕은 높아집니다. 그리고 음식을 먹기 시작하면, 그렐린 분비는 줄어들기 시작합니다.
렙틴은 이와 반대입니다. 다시 말해, 배고픔 스위치를 끄는 역할을 합니다. 이 호르몬은 지방 세포에서 분비되고 뇌에 전달되었을 때 배고픔을 줄여주는 역할을 합니다. 이 신호는 식사를 통해 지방 세포에 에너지가 충분히 저장되었을 때 분비됩니다. 그리고 우리 뇌에 이제는 음식을 그만 섭취할 때라고 알려줍니다.
이러한 신호를 수용 또는 차단하는 결정은 시상하부의 혈액 뇌 장벽(blood-brain barrier)에서 이루어집니다. 이 장벽은 위장, 췌장 및 지방 세포(또는 지방 조직)에서 분비된 호르몬이 뇌와 통신하기 위해서 통과해야 하는 관문입니다.
그리고 시상하부에서 분비된 호르몬 또한 이 관문을 통과하여 우리 몸 전체의 수용체에 전달됩니다. 이처럼 배고픔을 조절하는 호르몬의 분비량과 뇌에서 분비되는 신호가 배고픔이라는 감각을 조절하고 신체의 에너지 저장 수준, 체중 및 신체 조성까지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소화가 시작되면, 배고픔은 점점 사라집니다. 그 이유는 식욕을 줄이는 렙틴이 주로 분비되기 때문입니다. 에너지를 세포로 운반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호르몬으로 알려진 인슐린 분비 또한 급격히 저하됩니다. 이를 통해 식욕을 감퇴하게 됩니다. 따라서 식사가 끝난 다음에는 인슐린과 렙틴이 함께 작용하여 배고픔을 없애고 포만감을 느끼게 합니다.
배고픔에는 또한 주기가 있습니다. 배에서 꼬르륵 소리가 나고 입에 침이 고인 다음 얻는 행복한 포만감이 찾아옵니다. 배고플 때 만족스러운 식사를 즐기는 것은 인생에서 가장 큰 행복의 한 가지입니다. 그러나 배고픔을 느끼는 데도 음식을 먹을 시간이 없다면 어떻게 될까요?
“행그리”로 인해 하루를 망치지 않는 방법
바쁜 하루, 교통 체증, 넘치는 이메일 메시지… 이처럼 우리가 배고픔과 짜증 사이의 교차로에 놓이게 될 경우는 너무나 많습니다. 이러한 심적 상태를 영어로는 “행그리(Hangry)”라고 합니다.
행그리는 가능하다면 멀리하고 싶은 경험입니다. 그리고 행그리가 찾아왔다면, 최대한 빨리 이러한 상태에서 벗어나고 싶을 것입니다. 왜냐하면, 배고픔과 이로 인한 짜증은 매우 불쾌하고, 불편하며 주변 사람들에게도 환영 받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이 행그리라는 말은 짜증스러운 상황을 유머로 넘기기 위해 만들어진 신조어로 비교적 최근에 널리 사용되고 있으나, 이러한 감정은 우리에게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도 있습니다. 과학자들은 “행그리”한 감정에는 생물학적, 심리학적 근거가 있다는 데 동의하고 있습니다. 유사나 영양학자 소피 메들린(Sophie Medlin)은 이를 진정한 감정의 한 종류라고 주장하기도 합니다.
진실은 어떤 것일까요? 배고픔이 항상 감정적 파국을 동반하지는 않습니다. 그렇다면, 이처럼 짜증이 나는 이유는 왜일까요? 노스 캐롤라이나 대학교 채플 힐(University of North Carolina at Chapel Hill)에서 이루어진 연구에 따르면, “행그리”의 원인은 다음 두 가지입니다: 상황 및 자기 인식. 연구원들은 두 가지 실험을 통하여 이를 증명하였습니다.
첫 번째 실험에서 참여자들은 그룹별로 긍정적, 중립 또는 부정적 감정을 유발하는 이미지를 각각 보게 함으로써 특정한 감정이 들게 유도되었습니다. 그러한 이미지를 보여준 직후 참여자들에게 의미가 모호한 이미지를 보여주고 이미지를 평가해주도록 요청하였습니다. 참여자들은 또한 당시 얼마나 배가 고픈지 알려달라는 요청을 받았습니다.
이 실험 결과 부정적 이미지를 본 참석자, 배가 더 고픈 참여자들이 의미가 모호한 이미지를 부정적으로 평가하는 경향이 높았던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 참여자들은 배고픔이라는 부정적 감정을 해당 이미지에 대한 주관적 평가에 반영했던 것입니다. 배고플 때 다소 부정적인 경험을 한다면 우리의 인식이 왜곡될 수 있습니다. 그 결과 해당 이미지를 더욱더 부정적으로 볼 수 있습니다. 따라서 상황이 영향을 미칩니다.
두 번째는 “행그리”라는 감정의 또 다른 원인인 자기 인식에 관한 실험이었습니다. 연구원들은 참여자들 중 절반의 인원에게 사전에 금식한 상태로 실험해 참여해주도록 요청했습니다. 나머지 절반은 평소대로 식사해도 좋다고 하였습니다. 그 다음 일부 참여자들에게 현재 감정이 어떤지 생각해보고 글로 작성해주도록 요청하였습니다.
그 이후 모든 참여자들에게 번거로운 컴퓨터 작업을 완수하는 과제를 주었습니다. 참여자들이 주어진 작업을 수행하는 동안, 컴퓨터를 의도적으로 다운시켜 불만을 유발하였습니다. 연구 진행자는 이때 참여자들을 탓함으로써 화를 돋우었습니다. 마지막으로 모든 참여자들에게 이러한 경험을 평가하고 감정을 확인하는 설문조사를 작성해주도록 요청하였습니다.
연구자들은 금식한 참여자들 중 컴퓨터 작업을 시작하기 전에 그들이 감정에 관해 생각해보고 글로 작성하지 않은 참여자들이 가장 부정적인 감정을 표현하였다는 사실을 발견하였습니다. 그들은 컴퓨터가 다운되었을 때 참여자들을 탓한 연구 진행자에게 미움의 감정을 표현하기도 하였습니다. 이러한 결과는 감정에 대한 자기 인식이 “행그리”라는 감정에 영향을 미치는 것을 보여준다고 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배고픔이 심해지는 감각을 인식하고 있을 때는 그러한 경험을 부정적으로 볼 가능성은 줄어듭니다. 반대로 그러한 감각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가 배가 고프고 불만스러운 상황에 처하게 되면 화를 표출할 가능성이 커집니다.
배고픔을 미리 달래 주어 폭주하지 않도록 하세요
이제는 “행그리”한 감정이 실제로 있을 수 있다는 사실을 인정할 수 있으나, 그렇다고 그러한 경험을 해볼 필요는 없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너무 배고픈 상황이나 “행그리”한 감정에 빠지지 않게 도와주는 팁과 계획을 기억해주세요. 다음 세 가지를 참고하여 “행그리”가 접근하지 못하게 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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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당 지수(Glycemic Index) 이해하기
혈당 지수는 우리 몸이 섭취한 음식을 얼마나 빨리 에너지 또는 글루코스로 전환할 수 있는지를 나타내는 값입니다. 단순 탄수화물(예: 설탕 또는 흰 빵)은 혈당 지수가 높은 대표적인 영양소입니다. 이 영양소에 함유된 에너지는 우리 몸에서 즉시 사용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한편, 통곡물과 채소와 같은 복합 탄수화물은 글루코스를 천천히 분비하므로 혈당 지수가 낮은 영양소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 이유는 이러한 식품에 풍부한 식이섬유가 소화 과정을 늦추기 때문입니다.
혈당 지수에 관해 더 자세히 알아보시려면 여기를 클릭해주세요. 물론 상세한 정보를 모두 알 필요는 없으나 개념을 잘 이해하면 자신에게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습니다. 몇 가지 아이디어는 다음과 같습니다.
- 먼저 가능하다면 혈당 지수가 낮은 식품을 선택합니다. 이러한 식품을 소화되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리므로 급격한 에너지 상승에 이어지는 급격한 에너지 하강 상태를 방지할 수 있습니다. 혈당 지수가 낮은 식품은 오랫동안 일정한 수준의 에너지를 꾸준히 제공하기 때문입니다.
- 혈당 지수가 높은 식품은 그 반대인 식품과 함께 섭취합니다. 예를 들어, 탄수화물 위주의 식사를 준비했다면, 다양한 색상의 채소 샐러드를 곁들일 수 있습니다. 양상추도 좋지만, 가능하다면 진한 녹색 잎 채소를 선택합니다. 그리고 파프리카, 당근 또는 브로콜리 등과 같이 다양한 색채의 채소로 멋을 더해보세요. 이처럼 다채로운 채소 샐러드는 풍부한 식이섬유를 추가함으로써 단순 탄수화물의 소화를 늦추는 역할을 합니다. 또한, 건강에 좋은 지방이나 단백질을 추가하는 것도 탄수화물의 소화를 늦추는 데 도움을 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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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를 올바르게 시작하기
하루 중 아침 식사가 가장 중요하다는 말은 많이 들어보셨을 것입니다. 아침 식사를 거르는 것은 “행그리”라는 감정을 향한 급행열차 티켓을 구매하는 것이나 다름 없습니다. 하루를 시작할 때는 균형 잡힌 식사로 빈속을 채워주고 정신을 맑게 해주세요. 아침에는 너무 바빠 시간이 부족하다면, 전날 밤 건강한 간식을 준비해두는 것도 좋습니다. 그러면 점심시간 이전에 허기가 찾아와도, 참을 필요 없이 배고픔을 채워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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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백질을 충분히 섭취하기
단백질은 더 오랫동안 포만감을 유지해주는 영양소입니다. 따라서 자신이 일상적으로 준비하는 식사나 간식이 어떤 종류인지 살펴보고, 단백질이 부족하거나 전혀 함유되어 있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면, 이를 추가할 아이디어를 생각해보세요.
- 단백질은 육류만 의미하는 것이 아닙니다. 육류를 대체할 단백질 원천은 얼마든지 많이 있습니다. 두부, 콩류, 채소류 또는 다양한 식물 단백질 등 선택할 옵션은 충분합니다. 이러한 단백질 대체 식품이 낯설다면, 라벨을 자세히 확인한 다음 한두 가지부터 시작해보세요.
- 육류를 즐기시는 분이시라면, 다양한 종류를 즐겨보세요. 평소에 잘 먹지 않던 육류나 생선을 추가해보세요. 또한, 이미 다양한 종류를 즐기고 있으시다면, 준비하는 방식에 변화를 줘보세요. 예를 들어, 닭가슴살을 좋아하신다면, 닭가슴살 버거를 만들어 새롭게 해 보세요. 상점에서 원하는 형태의 육류를 찾기 어렵다면, 집에서 직접 준비하는 것도 좋습니다.
- 단백질과 함께 당근, 사과, 셀러리, 땅콩버터 등과 같은 건강한 식품을 함께 준비하세요. 그렇게 하면 다양한 맛을 즐기면서도 단백질을 충분히 섭취할 수 있습니다.
이 모든 것이 조금 어색하게 느껴지시면, 차근차근 시작해보세요. 처음에 너무 무리하게 되면, 새로운 습관을 몸에 붙이기가 더 어려울 수 있습니다. 그 대신, 가장 적당한 것부터 선택하셔서 이것부터 시작해보세요. 한 가지 새 습관을 기르는 데 성공하면, 다른 습관을 추가하실 수 있습니다.
이제 “행그리”는 안녕!
“배가 너무 고파서 말실수 했던 것 같아요. 미안해요.” 이런 경험이나 생각을 해본 적은 누구나 있을 수 있습니다. 배고픔으로 인한 짜증은 매우 일반적인 현상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이것은 충분히 피할 수 있는 상황입니다. 체내 호르몬 작용 과정과 자기 인식에 관한 지식 및 식사 계획 등을 통해서 우리는 배고픔에 시달리지 않고 예의범절 또한 완벽하게 지키는 하루를 보낼 수 있습니다.
참고 문헌
Neary NM, Goldstone AP, Bloom SR. “Appetite regulation: from the gut to the hypothalamus.” Clinical Endocrinology. 2004, 60: 153-160.
Suzuki K, Simpson KA, Minnion JS, Shillito JC, Bloom SR. The role of gut hormones and the hypothalamus in appetite regulation. Endocr J. 2010; 57(5): 359-372.
https://www.healthline.com/health-news/hangry-not-because-youre-extremely-hungry#8
https://www.psychologytoday.com/us/blog/cravings/201608/hunger-its-all-in-your-head
https://www.sciencedaily.com/releases/2018/06/180611133835.htm
https://www.webmd.com/diabetes/guide/glycemic-index-good-versus-bad-carbs#1